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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언
조리법을 알려주는 요리책은 많이 있지만, 음식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저자는 종교, 민족, 지역에 따라 금기 음식이 다른
이유를 묻는다.
특정 음식에 대한 기피가 어떤 문화에서는 나타나는데,
다른 문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금기 음식은 사회와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음식 금기 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부정한 돼지고기
유대인과 이슬람교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한다.
구약성서에는 먹어서는 안 될 짐승들을 여럿 나열
하고 있는데 돼지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구약성서 레위기 “발굽이 완전히 갈라져 그 틈이
벌어져 있고, 되새김질을 하는 모든 것은 먹을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며, 돼지는 발굽은 갈라져
있지만 되새김질은 하지 않는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에서도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말라.”라고 하고 있다.
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일까?
중동지역의 생태학적 조건과 환경이 돼지사육에
부적합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입장이 있다.
비용과 이익의 측면에서는 중동지역에서의
돼지사육은 비용이 더 들어간다.
돼지의 신체의 열을 조절하는 체계가 건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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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와 신성한 암소
인도인들의 소 숭배는 인도의 지배적인 종교인
힌두교의 중심사상이다.
농경사회에서 중요해진 소
힌두교 역시 초기에는 소를 도살했다.
유목민인 아리아인들은 목축을 하면서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유목민인 아리아인들이 정착을 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식량이 더 필요했기 때문에 숲과 초원은
줄어들고 농경지는 점차 확대되었다.
점차 소의 수가 감소했으며 소비도 줄었다.
경작을 위한 노동력과 우유, 버터를 제공해 주는
영양원으로서 소의 필요성이 증대하였다.
불교와 힌두교의 경쟁
농경사회로 자리 잡게 되자 점차 소는 소중한 가축
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신성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배계급은 계속해서 소를 도살하고 먹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원전 6세기 불교가 생기면서 세계 최초로
‘불살생’의 계율을 주장했다.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위해서 소를 잡아먹지
못하는 농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불교와 힌두교는 종교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결국 지배계급(브라만)이 소를 숭배하고 신들과
소를 동일시하는 대중의 경향을 수용함으로서
힌두교는 더욱 대중적인 종교가 되고, 농경체제와
공존할 수 있게 되어, 종교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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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와 애완동물
중국
기원전6,500년 ∼ 기원전 3,000년 중국에서는
개와 돼지가 가장 중요한 가축이었다.
중국의 앙소, 용산 유적에서는 돼지와 개의 뼈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굴됐다.
<시경>과 <주례>를 보면 사냥과 제례뿐만 아니라,
고기로도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기>에는 천자가 고기를 먹었다는 기록도 나온다.
<논어>에는 제사에 반드시 개고기를 쓴다고 했다.
한나라 말기 사대부 계층에서는 개를 ‘충성스런
동물’이라고 해서 잡아먹기를 꺼려했다.
남북조시대 이후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 외에는
개고기 식용이 점차 사라졌다.
광동성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개고기 식용 관습이
남아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동양아시아와 폴리네시아
베트남 북부 지방은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아
중국식 생활방식이 많이 침투해 있다.
개고기 식용 관습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미얀마와 라오스 지역에서도 개고기 식용 관습은
오래 되었다.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통 종교에 따르는 일부
부족들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도
개고기 식용의 양태는 뒤죽박죽이다.
한국
신석기 시대 유물에서 개 뼈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개는 사냥이나 식용을 위해 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통일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융성하여 육식을
멀리 했으니, 개의 식용도 기피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제물로 쓴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에 개고기 식용이 다시 활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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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과 ‘악마의 물고기’
생선 기피 현상들
인디언 부족인 주니족과 호피족은 물을 신성하게
여겨 생선 먹기를 거부했다.
나바호족과 아파치족도 생선 먹기를 기피했다.
남부 이집트 지역에 사는 쿠시족 대부분은 어부를
경멸하고, 아무리 식량이 부족해도 생선을 먹지
않는다.
마사이 족도 물고기를 잡거나 먹는 일을 경멸하고
거부한다.
악마의 물고기 ‘문어’
북유럽 민족과 게르만 민족은 문어와 오징어를
먹지 않는다.
특히 문어는 ‘악마의 물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기피하는 대상이다.
이는 기독교의 종교적 배경으로, 구약성서 레위기
11장에서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피하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유대교에서 먹을 수 있는 수중생물을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기독교에서도 구약성서의 음식금기를 거의 따르지
않지만, 문어와 오징어에 대해서는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늘이 없는 생선은 제사상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문어와 낙지만큼은 먹물을
가진 것이라고 해서 특별히 허락이 됐거니와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유대인과 이슬람교도의 음식계율
유대인의 음식 계율, 카슈루트
유대인들은 세계적으로 그 어느 민족보다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그들만의 음식계율을
준수하고 있다.
유대민족의 음식계율은 크게 부정한 음식에
관한 금기와 도살하는 방법, 그리고 특정한
절기에 지키는 음식법 등으로 구분된다.
음식에 관한 수많은 금기는 대체로 육류에 관한
것이고,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모두 채식동물이고,
반추동물이어야 하며 발굽이 둘로 갈라져
있어야 한다.
수중 동물은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물고기만
허용된다.
새의 종류 중에는 가금류만 먹을 수 있다.
곤충은 메뚜기 종류, 베짱이 종류, 귀뚜라미 종류,
여치 종류를 먹을 수 있다.
파충류는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있는 동물이라도 특수한 조건에서
도살돼야 한다.
이러한 음식계율은 성서의 내용에서 기인한다.
이슬람교가 허용하는 음식, 할랄
이슬람의 음식계율은 이슬람의 율법인 샤리아에
따른다.
이것은 쿠란과 무함마드의 전습에서 법학자들이
발전시킨 율법이다.
돼지고기와 돼지의 부위로 만은 모든 음식은
금지한다.
또한 동물의 피와 그 피로 만든 식품도 금지한다.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그리고 당나귀, 노새, 말
또한 금지한다.
메뚜기를 제외한 모든 곤충도 먹지 못한다.
채식주의와 육식의 종말
인도는 채식주의자 식당과 비채식주의자 식당을
구분해 놓고 있다.
오늘날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생태주의나
환경보호의 관점, 그리고 정신수양의 관점에서
채식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점점 늘어가고
있다.
채식주의의 유형과 역사
채식주의자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락토 베지테리언 |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경우. 인도와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 흔하다. |
락토 애보 베지테리언 | 고기는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 서양의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들이다. |
오보 베지테리언 |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 |
베건 | 고기, 유제품,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 |
채식주의란 개념이 처음 나타난 것은 고대 인도와
그리스에서이다.
이러한 채식주의자는 모두 불살생의 원리에 따른
것으로 종교집단이나 철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채식주의가 사라져
갔다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기이다.
1847년 영국에서 최초로 ‘채식주의자협회’가
설립되고, 1908년에는 국제협회가 창립되었다.
20세기에는 영양학적, 윤리적 관심 때문에,
최근에는 환경과 경제적 관심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자가 전 세계 채식주의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육식의 종말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량 소비를 위한 고기의
생산, 특히 공장형 축산은 환경에 비친화적이고
유해하다.
대규모 축산은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악화시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공장형 대규모 축산은 토지이용과 식량배분
문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소와 기타 가축들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치우고 있다.
지구상에서 해마다 4,000만∼6,000만 명의 사람들이
해마다 굶주림과 그에 따른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곡물을 사료로 하는 축산단지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 등을 방출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총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인간이
배출하는 전체 양의 37%에 이른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가축의 사육환경과 도축과정
등을 문제 삼는다.
한국의 금기음식
한국의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집단적으로 특정
음식을 금하는 전통이나 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 경우에 있어서 속설의 형태나
치료요법으로 먹어서는 안 될 음식들을
규정하고 있다.
임신, 수유 중의 금기음식
1966년 농촌 영양개선 연구원들의 조사에 의하면
임산부가 출산 전후에 엄격히 가려야 할 금기음식이
116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대물요법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가락이 육손이 되고,
닭고기는 피부가 닭살이 되고, 염소고기는
머리카락과 눈썹이 희어진다고 생각했다.
사상의학의 체질론과 섭생법
사상의학의 네 가지 체질은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태양인은 폐대간소, 소양인은 비대신소,
태음인은 간대폐소, 소음인은 신대비소라 했다.
따라서 이러한 체질에 따라 그에 맞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병을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금기음식은?
대규모 축산은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유전자 변형 곡물 또한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따라서 생산시간을 단축하고 대량생산을 위해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에 따라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된 음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우리 식생활에 부활한다면, ‘속성음식
(인트턴트, 패스트푸드)’은 금기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언
지구상의 음식문화 중 금기음식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찰 한 바, 금기음식의 대부분은 종교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며, 일부는 생활환경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채식주의와 육식을 논하면서, 미래의
금기음식의 향방을 논 한 바, 육식에서 채식으로
옮겨가는 방향이 지구의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건강한 지구에서의 행복한 삶의 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왜 그 음식은 먹지 않을까> - 정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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